그렇게 졸업 전 두번의 오퍼를 거절하고, 드디어 졸업과 함께 나는 취준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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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잘살기] - 미국에서 직장잡기, 졸업전의 경험들 - 인턴쉽/ 파트타임
[미국에서/잘살기] - 미국에서 직장잡기, 포트폴리오 리뷰 이벤트에서 잡은 작은 기회.
원래의 나였으면 이 공백을 정말 못견뎠을텐데 남편을 비롯해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좀 쉬어도 된다고. 아니 제발 좀 쉬라고 ㅋㅋㅋㅋㅋㅋ 워낙 목표를 설정하면 달려가는 성격에... 쉬는걸 더 불안해 하는데 주변에서 이제 이참에 좀 쉬라고...
그치만 놀땐 놀더라도 할껀 하면서 놀아야지! 이전에 했던 경험을 토대로 닥치는대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집어 넣었다. 아, 사실 예전 같았다면 정말 뉴욕, 뉴저지 할거 없이 열정적으로 했을텐데 이제 내 나이도 나이인지라 힘든걸 너무 참아가면서 열정을 태우기가 힘들거 같아서 뉴욕은 일단 제외. 뉴저지를 먼저 공략하고! 만약에 못구하면 뉴욕에 하이브리드로 할 수 있는 회사나 파트타임으로 도전하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이제 닥치는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뉴저지에 있는 차로 40분 거리안에 있는 공고 올라온 회사들 + 뉴욕에 있는 손에 꼽을만한 대단한 회사들 이렇게만 이력서를 쭈-욱 넣었다.
지금까지 보니 총 30군데에 넣었다. 그 중 인터뷰 기회는 딱 4번 있었다. 오늘은 3개의 인터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취준생으로서의 첫번째 인터뷰
첫 인터뷰는 집에서 10분거리의 건축회사였고,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집에서 가까워서 잘됐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상대방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특이한건 내 포트폴리오에 대해, 내 프로젝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없었다. 그냥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뭔가 우리 둘이 하는 얘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의 전공은 인테리어디자인이고, 회사는 건축회사. 구인 포지션은 Architectural designer 였는데 Architectural interior design을 하는 나는 지원해도 무관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회사는 정말 건축에만 포커스가 된 회사라서 내가 하는 방향과는 약간 달랐다. 그래서 질문도 짧게 받고 끝. 끝나자마자 나에게 오퍼가 안올것도 알았지만 와도 안하고 싶었다. 일이 너무 재미가 없을걸 알기에.
- 취준생으로서의 두번째 인터뷰
두번째 인터뷰는 내가 파트타임했던 업무와 관련된 회사였다. 역시 집에서 10분거리. 사실 내가 좋아하는 업무는 아니다 왜냐하면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알아두면 전문적인 스킬을 쌓을 수 있는 일이라서 이력서를 넣었던건데 인터뷰가 잡혔다. 이번엔 온사이트 인터뷰. 직접 갔었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는데 모두 나와 나이차이가 10 - 20년은 차이 나는 것 같은 분들.. 그리고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가 전문적인 인터뷰 느낌이 아니라 꼭 알바를 뽑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회사는 디자인 업무도 해야하지만 세일즈도 같이 해야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뭔가 나에게 세일즈를 더 바라는 것 같은 느낌..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곳에서는 세일즈보다는 완전 디자인을 더 중점적으로 했었는데 여기는 세일즈가 더 중점인 것 같아서 하기 싫었다. 그런데 그들도 내가 세일즈하는 스타일은 아닌거 알았는지 부르지 않았다.
- 취준생으로서의 세번째 인터뷰
이 인터뷰는 제대로 된 인터뷰 이야기다. 세번째 인터뷰를 했던 회사도 건축회사였다. 그런데 공고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구한다고 되어 있었고, 회사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건축만 한다기보다는 예쁘게 디자인도 하는 것 같았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바로 넣었고, 그 다음날 바로 그 구인구직사이트로 메세지가 왔다. 줌인터뷰를 하자고. 메일이 아니라 이렇게 메세지로 보내는게 영 별로 였는데 그냥 일단 해보기로. 그렇게 바로 인터뷰 날짜를 맞춰서 잡고 줌으로 인터뷰를 했다. 사이트를 봤을때는 오너가 두명이었는데 한명만 참여를 했다. 그래서 그 분과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일단 천천히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편안했다.
다른 인터뷰들과 같이 일단 내 소개로 시작. 그가 중간중간 한 질문들을 보면 이미 내 이력서를 잘 읽어본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 왜 전공을 바꿨는지 등등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포트폴리오를 켜서 그가 궁금해하는 프로젝트 2개를 설명했다. 인터뷰 전에 내 포트폴리오도 굉장히 꼼꼼히 본 것 같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이야기 시작했더니 자기가 자세히 설명 듣고 싶은게 두개 있다며 먼저 이야기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뭔가 나만 준비한게 아니라 그 분도 이 인터뷰를 위해 사전준비를 제대로 한게 느껴져서 존중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 저절로 설명도 더 잘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그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들을 받아서 대답을 성실히 해주었고, 그 후로는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램들 이야기를 하고, 그분도 자기들이 왜 사람을 구하게 되었는지, 내가 붙게된다면 어떤 일을 구하게 될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고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약 40분정도 대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메일을 받았다. 혹시 온사이트 인터뷰 가능하냐고, 자기들 프로세스가 그렇다며. 좋은 징조인거 같아서 오케이하고 또 날을 잡았다. 이미 인터뷰때 이야기 할만한건 다 한 것 같은데 또 뭘 물어볼지 궁금했다.
인터뷰날 단정하게 차려입고, 이력서를 챙기고, 또 다른 오너를 위해 또 한번 포트폴리오 설명을 해야할테니 노트북도 챙겨갔다. 집에서 차로 20분거리. 회사건물이 집처럼 보이는 오피스 빌딩이었고 주변엔 뭐가 없었다. 겉모습은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다행히 들어갔더니 내부는 정말 오피스! 내부가 생각보다 크고 깔끔하고 괜찮았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오잉? 회의룸! 오오 생각보다 괜찮은 내부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회의룸에는 오너 두 명이 앞에 내 이력서를 딱! 두고 기다리고 있었고, 큰 화면엔 내 포트폴리오가 이미 띄워져 있었다. 이 준비성에서 약간 감동 받았다. 그래도 한 오너는 이미 본적이 있다고 편했고, 다른 한 오너는 포커페이스였다. 이번엔 자기소개는 할 필요는 없었고, 내 대학졸업과 대학원 입학사이에 갭이 좀 있어서 그때 무얼 했었는지, 집 주소는 뭔지 등등 자세한 것들을 질문받아서 이야기했고, 포트폴리오도 다른 한 오너를 위해 다시 설명해야했는데, 이전에 나와 인터뷰했던 오너가 내 졸작을 너무 맘에 들어해서 그걸 다시 설명해달라고 해서 그것과 이번엔 다른 오너가 보고 싶어하는 다른 프로젝트 하나를 더 해서 또 두개의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그 큰 회의실에서 큰 화면 앞에 서서 정말 발표하듯이 했는데 발표는 하도 많이 해서 떨리진 않았다. 그리고 발표전에 이미 전에 봤던 오너가 내 졸작을 먼저 자랑스럽게 다른 오너에게 말해주는걸 보고 자신감이 더 생기기도 했다. 발표를 마치고는 두 오너가 나에게 자기의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게 더 많았다. 이제 그들이 나에게 어필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건 오피스구경을 시켜주었고, 일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도 했다.. 그렇게 내가 인터뷰를 한 시간은 1시간 30분........! 정말 힘들었지만 뭔가 될 것 같아서 기분은 정말 좋았다. 안된다고 해도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이 나타나서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없이 인터뷰 잘 하고 나와서 좋았다.
그러나 이 좋았던 기분은 초조함으로 바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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