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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잡기, 생각치 못했던 또 하나의 인터뷰와 대반전. (마지막이야기)

미국에서/잘살기

by 달린다달린 2022. 8.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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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글 주의 -

 

줌으로 인터뷰를 한 번 하고, 직접 가서 in-person 인터뷰까지하고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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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잘살기] - 미국에서 직장잡기, 자잘했던 인터뷰들과 제대로 했던 인터뷰.

 

미국에서 직장잡기, 자잘했던 인터뷰들과 제대로 했던 인터뷰.

그렇게 졸업 전 두번의 오퍼를 거절하고, 드디어 졸업과 함께 나는 취준생이 되었다. 이전이야기들 ▼ [미국에서/잘살기] - 미국에서 직장잡기, 졸업전의 경험들 - 인턴쉽/ 파트타임 [미국에서/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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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주일 좀 안돼서 이메일이 왔다.

두근두근. 

그런데, 오퍼레터가 아니라 프로세스가 시간이 좀 걸리니 좀 더 기다려달란 이메일이었다.

그치만 여태 봐온 어떤 곳에서도 결과에 대한 이메일만 보내지 이렇게 기다려달라고 메일을 보낸적은 없다. 설레발일지도 모르겠지만 기다려달라는거 보니 나를 고용하기로 한건 거의 확정이지 않을까..? 싶어서 이것마저도 좋은 징조인 것 같았다. 그런데 베리순 으로 연락 주겠다고 했는데 또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조금 넘게 지난 시점에 이메일이 다시 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퍼레터가 아니었다. 대신 생각하고 있는 연봉이 있냐는 질문이었고, 아직도 사내에서 프로세스가 진행중인게 있다며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과 머리를 굴려 내가 원래 부르고 싶은 높은연봉과 내 위치의 평균연봉 그 사이의 값을 불렀다. 인터뷰날 물어봤더라면 바로 그냥 내가 원하는 높은 연봉을 불렀을텐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물어보니까 혹시 회사의 지출을 계산 중이라 고용을 망설이는건가? 싶어서 너무 높게 부르면 거기서 고용을 포기할까봐 그렇게 부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또 불안해졌다.

여튼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 이메일이 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퍼레터가 아니었다. 이쯤되니 진짜 짜증났다. 이번에는 컨설턴트로 일하는건 괜찮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처음에 컨설턴트? 상담사인가? 난 그 포지션 안할건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 컨설턴트 포지션이라고 하면 정규직도 아니고 파트타임도 아니고 프리랜서랑 비슷한?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세금보고나 이런건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회사의 베네핏을 받지 않는 그런 포지션이라고. 회사에서 말하기를 자기들이 보통 고용할때 컨설턴트 포지션으로 3개월하고 그 뒤로 정규직 전환을 한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아마 프로베이셔너리 기간 뭐 이런거인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보험이랑 이런것들이 이미 남편 아래로 들어가 있어서 베네핏이 딱히 필요가 없고, 현재 세금도 남편이랑 같이 묶어서 처리해서 사실 정규직이나 컨설턴트나 별 차이가 없었다. 사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베네핏 같은거 해주지 말고 연봉을 더 올려서 주는게 좋다. 그래서 컨설턴트 포지션 상관없다고 메일을 보냈다. 이게 아마 화요일 (8/2)에 주고받았던 메일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수요일 (8/3). 이메일이 왔다. 다음주 수요일부터 일할 수 있겠냐는.... 정식 오퍼레터는 아니지만 그날 오후에 전화통화 가능하냐고, 전화하고 자기가 자세한 건 다시 이메일을 해주겠다고.. 뭔가 이제야 되는 것 같았다. 인터뷰한 날로부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전화와서 수요일부터 일하는거 가능하냐고 물어서 괜찮을것 같다고 했고, 자기가 그럼 지금 오퍼레터를 보내겠다고... 그래서 드디어 수요일! (8/3) 오퍼레터를 받았고, 연봉도 내가 부른 그대로 딱 ! 나랑 네고 하려고 하지 않고 쿨하게 오퍼레터 보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이렇게 끝난다면 반전이 아니지....... 내가 이렇게 날짜를 기입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정말 타이밍이 이상한..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 6월말에 큰 회사 1차 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고, 막 2차 인터뷰 가능한 날도 막 묻길래 잘 된거 같았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었어서 그냥 안된줄 알았던 그 회사에서 월요일 (8/1)에 연락이 늦어 미안하다며 아직 2차 인터뷰 가능하겠냐고 연락이 왔었다. 그 당시, 한 회사에서 오퍼레터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아직 받은건 아니었고, 연락 온 이 회사가 정말 큰 회사라서 혹시나 하는 맘에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답장을 화요일 (8/2)에 하게됐고, 바로 다음날은 좀 부담스러워서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가능하다고 했더니 목요일 (8/4)로 인터뷰가 잡혔다.  

 

중요한 두 개의 virtual interview를 했던 우리집 다이닝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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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8/1): 큰 회사에서 2차 인터뷰 하자는 이메일을 받음. 

- 화요일 (8/2): 큰 회사에 2차 인터뷰 가능하다고 답장을 보냈고, 목요일로 인터뷰가 잡힘. / 이전의 중소기업에서 컨설턴트 포지션 괜찮냐는 이메일을 받음.

- 수요일 (8/3): 중소기업으로부터 오퍼레터를 받음. 정식 PDF 파일이 아니었어서 싸인을 한건 아니고, 그냥 이메일에 글을 적어준거라 구두로 다음주 수요일 (8/10) 부터 일하는걸로 잠정약속을 함.

(왜냐면 큰 회사 인터뷰를 잘해서 붙을거란 기대가 없었음, 인터뷰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큰회사 인터뷰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었고, 이미 오퍼를 받은 상태라서 쫄리지 않게 자신감있게 인터뷰 한번 해보고 싶었음.)

- 목요일 (8/4): 큰 회사 2차 임원진인터뷰를 함.

 

 

뭔가 두 회사가 얽히고 섥히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큰 회사에 기대가 없었다. 

그냥 인터뷰도 엄청 형식적으로 할 거 같았고, 큰 회사라 많은 지원자들이 있을텐데 경력없고 영어 잘 못하는 나를 뽑을 확률이 엄청 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냥 큰 회사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경험삼아 해보고 싶어서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터뷰가 재밌었고, 이 인터뷰도 이전 중소기업 인터뷰때와 같이 1시간 30분이나 했다.

 

임원진 인터뷰라 여러명의 임원진이 참여하고 형식적일것 같았는데 한명의 임원진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임원진이 되게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그가 먼저 자기소개를 했고 나에게 질문을 해나가는데 자기가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이유도 설명해가면서 질문을 했다. 되게 토커티브한 사람이라 나보다 그 사람이 말을 더 많이 하는.. 그래서 난 편했지만..

어느 인터뷰에서나 다 하는 자기소개? 안시키더라. 신선했다.

이미 레쥬메 다 보고 있고, 거기에서 그냥 궁금한걸 바로바로 질문했다.

 

- 왜 전공을 바꿨는지, 대학졸업과 대학원 졸업사이에 공백이 좀 긴데 무얼했는지

: 이 스토리는 정말 이야기가 길다 왜냐면 난 대학졸업해서 내 전공을 살리지 않고 또 완전 다른일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내가 It's a long story..! 라고 하니까 괜찮으니 천천히 말해달라고.. 그래서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 정말 처음 만난 사람인데 친해지려고 내 소개를 하는 것 처럼 편안하게 나의 과거를 소개했다.

 

- 왜 미국을 택한건지

: 이 전 이야기를 편하게 했어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의 제약이 많아 내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하는게 쉽지 않지만 미국은 나이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좋다고 생각했고, 한국보다 더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 더 영감을 많이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 한국에서부터 이 대학원을 아예 결정해서 온건지, 아니면 와서 결정을 한건지

: 이런 디테일한 질문은 처음 받아봤다. 역시 솔직하게 대답했다. 공부를 새로 시작 할 다짐은 된 상태였지만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서 영어점수와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학교를 정해서 온 건 아니지만 영어학원과 포트폴리오를 만들 미술학원을 정해서 들어왔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원래는 대학교로 그냥 입학하려했지만 대학원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고.

 

- 인턴쉽과 파트타임했을때의 경험에 대한 질문

: 어떠한 일을 했었는지 이야기하고 특히 파트타임잡은 졸업 후 풀타임오퍼를 받았는데 거리상의 이유와 나의 워라밸이 너무 안지켜질 거 같아서 오퍼를 수락하지 않았다며 오퍼를 받은적이 있다는 약간의 어필도 했다.

 

이외에도 자잘한 질문들이 많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워낙 많이 받아서 기억도 가물가물..)

 

자,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해야할 시간.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 분은 이미 내 포폴을 다 잘 봤고, 레쥬메에 있는 내 포폴링크까지 들어가서 미술학원 다녔을적의 우스꽝스러운 작품들까지도 다 봤더라..

일단 내 포트폴리오 목차를 같이 보면서 어떤게 어느학기에 한건지 얘기해 달라해서 설명해줬고, 그는 나의 가장 오래전에 한 프로젝트와 가장 최근에 한 프로젝트를 듣고 싶다했다. 그래서 열심히 설명을 했고, 이미 그도 포폴을 자세히 봤기때문에 쉽게 이해하면서 내 발표를 재미있게 듣고 중간중간 질문도 하고 그랬다. 

좋았던건 발표를 길게하기엔 또 시간이 신경쓰여 적당히 넘어갈건 넘어가면서 발표하는데 말하고 싶었던거 못말하고 넘어가면 그 부분을 또 콕찝어 질문을 해서 결국 나도 다 말하게 되어 좋았다.

나의 스케치들을 보면서 디자인을할때 스케치를 이렇게 하는거냐, 아니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추가한거냐 이런 디테일한 질문들도 막 했다.

내 프로젝트와 내 발표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느낌. 기분 좋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마 3년간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고 싶어했던 것 같고, 내가 봐도 눈에 띄게 실력이 늘었고 최근 프로젝트인 나의 졸작을 모두가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그리고 내 포폴링크에 있는 나의 정말 초창기때의 작품이 너무 재밌고 좋다고 같이 보면서 웃으면서 그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렇게 인터뷰가 마무리 되어가고, 나에게 질문이 있냐고 해서 현재는 회사에서 보통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내가 만약 붙어서 일하게 되면 어떤 업무를 주로 하게 되는지 물었고, 이 포지션이 언제 마감되는지 물었다.

이 포지션에 다른 지원자들 인터뷰도 아직 있어서 2-3주 더 시간이 걸리고 이번달 말쯤에나 아마 연락이 갈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분이 생각하는 연봉은 얼마냐고 묻길래 내가 원하던 높은 연봉을 불렀더니 좀 당황하면서, 그치..  너가 아직 경험이 없어서 아마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했을거야.. 라며 뭔가 약간 초짜(?)라고 무시하는거 같길래 정말정말 고민을 하다가, 날 마음에 들어하는거 같아서 정말 큰 맘 먹고 말을 했다. 나 사실 다른데서 이미 오퍼 하나 받았고 인터넷 검색이 아니라 거기서 연봉은 아이디어를 얻은거라고.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엄청 건방져보일 수 있어서 진짜 속으로 엄청엄청 고민하다가 말을 뱉었는데, 나도 뭐 순간 약간 욱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분이 엄청 당황했다..

그래서 속으로 아ㅠㅠ 괜히 말했다.. 싶었는데 당황하면서 어? 정말? 이러길래.. 민망, 머쓱해서 말을 길게 이어나갔다.

사실 이 회사 1차 인터뷰가 오래전에 있었는데 연락준다하고 안와서 안된줄 알았다고... 그래서 다른 회사들 인터뷰해서 지금 오퍼를 받은 상황이라고... 그랬더니 1차 인터뷰 누구랑 했냐고 묻길래 대답해줬다. (뭔가 그 사람 혼낼기세 ㅋㅋㅋㅋ) 1차 인터뷰 본 건 언제냐해서 옆에 있던 플래너를 화면에 보이게 집어들고 캘린더를 찾아 6월 말에 봤었다고.. 나 슈퍼 J인거 어필하려고 플래너를 들었는데 먹혔다. 그분이 어, 너 플래너를 쓰는구나! 이랬으니.. 흐흐

그러면서 그 분이, 아, 1차 인터뷰 본지가 심지어 한달이상이구나! 하면서 그 오퍼엔 언제까지 답해줘야 하냐고 묻길래 다음주까지 답해줘야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나보고 너는 만약에 오퍼가 여러개 있으면 어떤걸 기준으로 선택을 하냐고, 연봉이냐 아니면 뭐 발전성이냐.. 이러길래 속으로 처음 든 생각은 아, 내가 부른 연봉에는 못맞춰주나보다 생각을 했고, 일단 대답은 내 첫 직장이 될 곳이기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포폴리뷰 다 끝나고도 안하던 피드백을 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뜬금없이 아, 너 프로젝트랑 포트폴리오랑 프레젠테이션이랑 다 너무 기발하고, 퀄리티 좋고, 발표 플로우도 좋은데 다만 오타를 하나 봤다. Individuals라고 써놨던데 s 붙일 수 없다. 이제 너가 프로페셔널한 단계로 가려면, 그리고 너가 열심히 일한 작업물인데 이런 문법오류가 있으면 정신이 거기에 팔려서 다른사람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런걸 이제는 특별히 더 신경써야한다고.... 다행히 그 분도 이민자여서 영어로 뭐라하는거 기분나쁘지 않았고, 자기랑 일하면 프로페셔널의 단계로 갈 수 있음을 어필하는 것 같았다. 너무 웃겼다 정말 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너의 피드백 정말 너무 고맙다. 앞으로 일할때 명심하고 더 신경써야겠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분이 자기한테 아이디어가 있다며. 자기가 그럼 너가 결정할 수 있게 최대한 다음주 중으로 빨리 이메일을 주겠다고 했다.

띠용...!!! o_o 뭐지...? 큰 회사에 지원자가 아직도 많은데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다음주중으로 연락을 주겠다고?? 나 합격인가?? 

순간 정말 사고회로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이 인터뷰를 마무리 하는데 그분이 It was really nice meeting you! 라고 하길래 난 오늘 나도 만나서 반가웠고 오늘 나에게 시간 내줘서 고마워! 하고 이제 진짜 마무리하려하는데 계속 It was really nice to talk to you, nice meeting you, it was a very good time 등등 끊을 생각을 안했... 그래서 난 또 느꼈다. 이 사람 불안해서 끊기가 싫구나..ㅋㅋㅋㅋ 암튼 겨우겨우 마무리해서 인터뷰 종료. 

윗층에서 엿듣던 남편이 될 거 같다고. 그래서 나도 느낌이 좋다고 그랬다. 

근데 갑자기 드는 생각.. '나 어떻게하지....?'

 

사람이 참 웃긴다. 아니, 내가 참 웃기지.

원래 나는 아주 작은회사도 싫고, 아주 큰 회사도 싫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중소기업에 가고 싶었다. 너무 작은회사는 일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다 배우겠지만 뭔가 적은 사람들끼리 부딪혀야하는게 싫었고, 아주 큰 회사는 일을 전반적으로 배우기가 힘들고 위에서 내려오는 오더에 맞춰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많이 못배울거 같아서다. 그래서 화기애애한 중소기업에 가서 적당한 인원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일을 전반적으로 배워서 실력도 쌓고 즐거운 회사 문화에 적응하며 지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 오퍼 준 그 회사가 정말 딱 ! 거기에 부합하는 회사다. 중소기업이고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온 직원이 모여 회의하면서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다같이 미팅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작업들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다 배우게 될거라고 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너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나이스한 사람들이었고, 직원들도 다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지금.. 왜 나는 고민을 하는 것인가... 내 속의 숨어있던 욕심이 꿈틀꿈틀.. 이 큰 회사가 나를 부르는데 이걸 차내고 그보다 작은 회사를 간다는게 웃기기도 하고.. 여기 이민와서 여태 힘들게 공부했는데 큰 회사 명함 하나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다를거 같기도 하고.. 첫 직장이 큰 회사이면 그 다음은 수월할 것 같고.. 

갑자기 큰 회사에서 오퍼 받지도 않았는데 두 회사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에 그런 내 자신이 싫었다. 욕망덩어리..ㅋㅋㅋㅋ

남편이 너 오퍼 안받았어. 생각하지말고 다음주 수요일에 회사 나가기로 한거나 신경써. 회사 나가야지. 라고 했다.

그래.. 맞아.. 나 왜 혼자 난리니.. ㅋㅋㅋㅋㅋ 큰회사 인터뷰했던 임원진이 다음주에 최대한 빨리 연락 준다고 해도 화수목금 쯤에나 보내겠거니 싶어서 그럼 그건 내 운명이 아닌거야. 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쨌든 가려고 하는 회사도 굉장히 훌륭한 회사니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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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랍게도 8/8일 오후 6시쯤, 부재중 전화와 함께 보이스 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그 회사다.

오퍼레터를 지금 이메일로 보낼테니 확인하고 빠른 시일내로 답을 주길 바란다는...

남편이랑 빵먹다가 들은건데 빵이 어디로 넘어가고 있는지....

그래서 메일을 확인했더니!!

정식 오퍼레터가 뙇!!!!! 오마이갓!!!!!!!

큰 회사라 그런지 베네핏 관련된 책자 PDF랑 회사 공휴일, 휴가일수 등등 엄청 자세하게 다 있었고, 오퍼레터에 적힌 연봉은 내가 부른거에선 좀 적고 중소기업에서 오퍼한 연봉보다 살짝 높은.. 

와 진짜 타이밍 무엇. 연봉 숫자 무엇.

이제 오퍼레터를 받았으니 정말 고민해야했다. 중소기업에 가기로 한 날은 수요일 (8/10). 큰 회사에서 오퍼레터를 받은건 월요일 저녁 (8/8). 월요일 밤은 정말 나랑 내 남편에게 머리가 터지는 날이었다.

이 스토리를 얘기했을때 내 가족, 친구, 지인 누구나 이게 고민거리냐고, 고민할게 있냐고 당연히 큰회사가야지! 라고 다들 했지만 나랑 남편이 이렇게 고민한건, 중소기업에서 나를 어떻게 대해줬는지 우리는 다 겪었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나이스한 사람들이고, 나에게 너무나도 친절하게 매너있게 대우해주었고, 오너랑 직접 면대면으로 인터뷰를 했었기에 배신(?)을 한다는게 정말... 사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랑 내 남편이 할 짓이 못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가기로 한데에 가자! 했다가 잠시 뒤 또 근데 진짜 이게 잘하는 선택일까? 또 고민하기를 반복...

그런데 나보다 더 정이 많은 남편이 갑자기 큰 회사 가라고. 

너무 놀라서 왜? 그랬더니 어려운건 빨리 해치울수록 좋다고. 중소기업에 가면 다들 내 편의 봐주고 내가 영어 못하는거 이해해주고 오냐오냐(?) 대해줘서 너가 당장은 마음의 불안이 적고 편하겠지만 나중에 다음단계로 프로페셔널하게 올라갈때 그 때 힘들어질 수 있다고. 차라리 지금 큰 회사가서 여기저기 깨져보고 하면서 배워놓으면 그 다음단계는 수월할테니까..

여기엔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면 중소기업가서 편안한 맘으로 배우고 경력이 쌓이면 그 다음단계로 갈때 든든한 경력이 뒷받침 되어 또 힘들거 같지는 않을거 같은데, 굳이 지금부터 일부러 스트레스 받을 일 있나 싶었다.

그런데 또 남편이 했던 말이, 어릴때 격한걸(?) 많이 겪어야 자존심도 덜 상하지, 편안하게 여태 잘 지내다가 나이들어서 그런거 겪게되면 자존심 엄청 상하고 못견딘다고.. 

여기에서 완전 공감이 되었다. 아직은 깨질 용기가 있다. 그런데 몇년만 더 지나도 누가 뭐라하면 정말 자존심이 너무 상할거 같다.

그래서 정말정말 고민하다가 그래 힘든도전은 지금하자! 라고 결심했다.

아무래도 인터뷰때 내 문법에 지적질했던 그의 어필이 먹힌거 같다. 중소기업에선 전부다 오냐오냐 그래그래 너무 나이스했는데, 큰 회사가면 정말 그렇게 이리저리 작은걸로도 지적당하겠지.. 그치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겠지.. 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걸 보면.. 

 

그런데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였다. 중소기업에 어떻게 말하지.... 정말 ㅠㅠ 어떻게 말해도 이건 정말 '배신' 수준이었다. 그것도 하루 전 날. 아무리 싸인을 안했다지만... 사람과 사람간의 그런게(?) 있는데... 진짜 그날 밤 우리 둘 다 잠을 제대로 못잤다.

 

그리고.. 

아침 일찍 정말 정말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일을 못나가게 될 것 같다고 이메일을 보내고, 이메일로만 끝내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바로 전화를 했는데 회의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음이 더 막 불안해졌다..

그리고 이메일이 왔다.. 이따가 11시 30분쯤 통화 가능하냐고.. 그래서 그 때 다시 전화를 했고.. 너무 미안해서 정말 말도 제대로 안나왔다. 너무 미안하다고 이게 타이밍이 참 그렇게 됐는데.. 예전부터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뻥쳤음... 너무너무 가고싶었던 회사는 아니었는데.. 안그러면 자꾸 다른 딜을 걸면서 붙잡을 거 같아서..) 오퍼가 어제 저녁에 와서 나도 너무 고민 많이 많이 했고 약속을 깨기 싫었는데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다고.. 상대방도 이야기를 떠듬떠듬 이어나갔고, 결국 자신들이 어찌 할 수 없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는 솔직히 자기는 약속을 하면 깨지 않는 성격이고, 우리가 너를 위해 다 준비를 해놨는데 이렇게 돼서 좀 실망스럽다고 얘기하면서 그래도 너가 더 좋은데서 일하고 싶어하는 프로페셔널 한 이유니까 어쩔 수 없는거 같다면서 알겠다고.. 그래도 종종 연락하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미안했다.. 

그날 밤도 미안함에 잠을 잘 못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구인공고에 그 회사가 올라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난 그 날 큰 회사의 오퍼레터에 싸인을 해서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회사의 인터뷰했던 그 임원진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랑 인터뷰하면서 막판에 자기 어필을 하고, 나에게 빨리 연락주겠다고 했는데 월요일에 바로 보내버릴줄이야.. 조금만 늦었어도 거긴 내 인연이 아니었을뻔했는데 그의 결단력과 실행력도 대단했다.

이제와서 끼워맞춰보자면 그 큰 회사가 내 운명이라 막판에라도 비집고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완전끼워맞추기..ㅋㅋㅋㅋㅋㅋ)

회사 들어가서 적응 좀하고 기회가 되면 나를 인터뷰했던 그분과 맥주한잔하면서 나의 이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다.

 

이렇게 나의 미국에서 취업하기 스토리 끝!

다음주 월요일 (8/29)부터 이제 일 나간다...

설렘반 긴장반. 나 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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