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는 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도 건드리지 못했는데 이제 졸업했으니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국생활이나 뭔가 성장과정?이 궁금할 수 도 있으니까 남겨볼까 한다.
나는 한국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약 10년간 완전 다른 일을 하다가, 미국에서 전공을 바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대학원을 지원해서 3년간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했다.
학교생활 시작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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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잘살기] - [미국학교생활] 입학 후 딱 한 달 후! 지금 나는..?
한국에서는 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학교생활에 집중하지도 않았고, 스펙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의 학교 생활을 생각해보면 학교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고, 20대때도 한번도 해본 적 없던 인턴쉽도 해보고 학교 다니면서 학교만으로도 힘든데 전공관련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도 했었다. 어릴적 그냥 남들 다 하는 거니까 할때랑, 지금 내 인생의 전환점에 서있는 시점에서 할때랑 확실히 나의 태도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또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도 있었고.
아무튼! 1학년때는 학교 적응과 수업에 집중을 했었고, 2학년 여름학기 때 수업 선택 중에 개인공부와 인턴쉽 두개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정말 어이없는게 우리가 돈을 내고 듣는 여름 학기인데, 그 마저도 개인공부랑 인터쉽 밖에 없었다..) 나는 개인공부는 정말 너무 돈이 아깝고, 잘 해낼 자신도 없고, 그래서 차라리 인턴쉽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사실 인턴쉽 공고를 찾아서 지원하고 인터뷰하고 그 기회를 잡아 낼 자신이 정말 없었다. 언어도, 아직 배우고 있는 학생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에.
그치만 이번엔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질렀다.
원래 성격은 지원할때도 신중하게 확인하고 정말 지원하고 싶은 곳에만 하는 스타일인데 남편이 다 집어 넣어도 연락오는곳 몇 없을거라고 일단 다 지원하라고 조언해줘서 떨리는 심장을 부여 잡으면서 닥치는 대로 일단 지원을 넣었었다.
그렇게해서 25군데에 넣었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막상 인터뷰는 5군데...
처음 지원할 때 부터 이리재고 저리재고 넣었으면 인터뷰 경험도 못해볼뻔...
- 첫 인터뷰
첫 인터뷰는 폰으로 간단하게 하고 직접 가서도 했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지, 보통 작은 방 하나 렌더링하면 몇시간정도 걸려서 하는지 등등 기본적인 질문들을 받았었다. 아주 편하게 이야기 하듯 인터뷰를 해서 떨리거나 그런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이나 내가 할 일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던 것 같다. 하이엔드 레지덴셜을 하는 작은 회사였는데 프로페셔널하기 보다는 부자 커스터머 비위 맞추는걸 잘하는 그런 느낌...?
인터뷰 분위기 좋았고, 일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일을 해야하는데 일을 줘야 하죠.. 자기들이 너무 바빠서 나에게 어떤일을 해야하는지 설명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연락도 너무 뜨문뜨문 되더니 결국 자기들이 지금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며 미안하다고.. 응. 그래. 나도 너네 같은 언프로페셔널한 애들이랑은 안 해.
- 두번째 인터뷰
두번째는 폰으로만 인터뷰를 했다. 학교 동문이었는데 시카고에서 개인이 하는 회사였다. 전화인터뷰라 무서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되게 인터뷰를 잘했다고 생각했던 인터뷰였다. 그래서 또 일을 하자고 하더니 대뜸 오토캐드로 플로어플랜을 하나 만들어보는걸로 시작해보자고. 그래서 다양하게 도면을 여러개 작성했는데 내가 너무 열심히 한건가..? 그걸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보여주는 것 보다 깔끔하게 최고의 하나만 딱 보여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어영부영 또 빠빠이.. 이 사람도 정말 별로인게 그냥 점점 이메일을 줄이면서 연락을 끊었다. 더 별로인건 사람을 이런식으로 써먹는거 같다는 것이다. 공고에 계~~속 올라오는걸 보니..
- 세번째 인터뷰
세번째는 직접 가서 한 인터뷰였고, 한인회사였다. 한인회사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나도 얼른 인턴을 구해서 학교에 알려줘야 했기에 이제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서 인터뷰 너무 잘했고, 긴 일장연설을 들었다. 이미 일 하기도 전에 꼰대질 시작.. 큰회사는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가도 못버틴다나 뭐라나 하면서 자기네가 짱이라는 식.. 정말 하기 싫었지만 두달만 하는거니까 일단 하자 싶었다. 그래서 원하는 시급을 이야기 했었는데, 오퍼레터에는 그에 한참 못미치는 시급이.. 미국와서 시급에 적힌 숫자 중 처음 보는 숫자였다. 아, 한인기업들이 사람들을 이렇게 부리는구나.. 싶었다. 난 심지어 대학원생에 비자 스폰도 필요 없었는데 저렇게 당당하게 낮은 시급을 적은걸 보고, 미국 경험이 하고 싶어서 인턴비자로 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대우하는건가 싶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왜 한인기업은 피하라고 하는지 절실하게 알게된 계기였다. 그래서 바로 퇴짜를 놨다. 안 해.
- 네번째 인터뷰
네번째는 실제로 회사에 가서 하는 인터뷰였다. 오너한명에 직원 두명 있는 회사였는데 직원들도 있는 자리에서 인터뷰를 한거라 떨렸다. 그리고 오너가 말을 좀 빠르게 하고 되게 날카롭게 질문해서 당황한 경우도 있었다. 이전에는 누구도 물어본적 없는 질문들도 있었다. 예를들면 학교에서 너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때 어느정도 잘하는 것 같냐. 같은 질문.. 그리고 포트폴리오 보면서 설명할때도 아주 사소한 벽지를 딱 짚으면서 이 벽지는 어느 제품이냐. 등. 나는 아직 영어로 된 이름을 외우는게 힘들어서 벤더와 업체들 정보는 다 수첩에 적어놓지만 외워놓고 있는건 아니라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느꼈다. 이 사람들은 정말 리소스가 풍부한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빼먹을게 확실히 있는 사람을 구하는 거 같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채용하지 않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 다섯번째 인터뷰
세번째는 줌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 역시도 레지덴셜 회사로 이제 막 시작한 회사라서 오너디자이너 한명에 캐드작업자, 마케팅 담당자, 그리고 북키퍼 이렇게만 있어서 작은 업무들을 도와줄 인턴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인터뷰 질문들은 거의 비슷했다. 학교에서 어떤걸 배우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 프로그램 얼마나 잘 다루는지 등.
인터뷰를 잘 했고, 같이 일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치만 내가 이 전에 당한게 있어서 구두약속말고 서류로 확실하게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여름학기에 인턴으로 일한다는걸 등록해야하니 오퍼레터를 정식으로 보내줄 수 있냐.' 라고 요청했고, 아주 잘 정리된 양식으로 바로 보내주었다. 개인이 이제 막 시작한 회사이지만 뭐든 정식적으로 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의 인턴은 기적적으로 시기에 맞게 딱! 잘 시작되었다. 그렇게 여름학기 두 달 동안 그와 함께 일했다.
- 인턴생활
인턴생활은 편했다. 사실 너무 편했다. 오너가 너무 착해서 너무 잘해주었다. 인턴 첫날 내가 해야할 일들 다 종이 정리해서 주고, 선물이라며 노트세트와 펜도 주었다. 스윗가이. 사실 인턴이 주로 하는일들은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스케줄을 조절하고, 팔로우업하고, 알아보고, 물어보고 해야하는데 내가 전화를 무서워하는걸 알고 그런일들을 그가 해주었다. 대신 나는 기술적인 일들을 더 열심히 해 주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미팅때도 늘 데리고 가주고, 본인이 운전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태우고 가주고, 내가 일때문에 우버를 사용하게 될때에도 내가 우버앱이 없었어서 본인이 차도 다 잡아다 주고.. 너무 착한 사람.. 그래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을 도왔고, 인턴 마지막 날 함께 식사 근사하게 하면서 인사했다. 나도 모나미색깔펜세트 선물로 준비해서 마지막날 주고. 그리고 졸업하고 내가 레퍼런스건으로 연락했는데 내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여기 와서 일할 생각없냐고도 물어봐주고.. 너무 멀어서 집근처에 일을 먼저 구해볼 생각이라고 했더니 알겠다며 흔쾌이 레퍼런스로 자기 써도 된다고.. 처음엔 그냥 여느 뉴요커들 처럼 가식적으로 나이스하려고 잘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천성이 여린 사람 같다. 사실 인턴기간에 뭘 많이 배우진 않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미국인과 일을 해봐서 좋았다.
- 파트타임
학교를 빡시게 다니는 중 마지막 학기에 구인사이트를 통해 메세지를 하나 받았다. 엇. 한국어다.
풀타임 인터뷰 관심있으면 보자는 제안이었고, 그 곳은 한인이 오너인 회사였다. 한인회사에 안좋은 경험이 한 번 있어서 안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일단 인터뷰는 경험삼아서 가보가로 했다. 그리고 이메일을 주고 받을땐 영어로 소통을 했어서 인터뷰도 영어로 하려나 싶어 그것도 궁금했었다. 그래서 갔는데 그냥 한국어로 편하게 인터뷰를 했고, 좋았던 점이 기술적인 질문을 몇개 받았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이 어떤일인지 프레젠테이션도 제대로 해주었다. 뭔가 느낌이 여기서는 일하면 많이 배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서 일은 해보고 싶었는데 그들이 원하는건 풀타임이었기 때문에 내가 학교 다니는 중엔 안되고 졸업과 동시에 하고 싶다고 했더니 학교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해본 다음에 졸업할때 풀타임으로 바꾸는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마지막 학기인만큼 정말 빡세서 할까말까 계속 고민을 했는데, 남편이 일단 일을 하고 있으면 직장을 잡는게 좀 더 수월하고, 인터뷰때도 자신감이 더 생긴다고 해서 또 그말에 하기로 했다. 그렇게 힘들게 학교 마지막 학기와 파트타임을 병행했다. 시급은 기본 파트타임 시급이었고 (이 전 한인회사처럼 어처구니 없는 시급이 아니었어서 좋았다.) 사실 일은 정말 좋았다. 일을 가르쳐주시는 매니저분이 일을 워낙 잘하시고 설명을 잘해주셔서 단기간에 많이 배우는 느낌이 들었고, 같이 한국어를 쓰다보니 질문도 쉽게 할 수 있고, 배우는것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마치고 풀타임 오퍼를 받았는데, 아쉬운게 풀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시급 인상이 없이 파트타임때와 똑같았고 (연봉으로 돌리면 정말 귀여운 숫자가 나옴..), 다만 인센티브가 있는데 그래봤자 1프로라 아주 적은 금액.. 초반엔 프로젝트도 몇개 못할 것이기에... 그 이외의 베네핏도 사실 딱히 없었고, 토요일에도 종종 나가서 일해야했고 (토요일 일하는 주는 평일에 하루 쉴 수 있긴 하지만..), 집에서 거리도 멀고, 차비도 만만치 않고, 일하면서 발생하는 차비도 내가 부담해야하고, 시간적으로나 약간 유연함이 좀 없는 그런곳이라서 일은 정말 재밌고 배우고 싶었지만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 열심히 다닌건 아니지 싶어서 결국은 안하기로.
그렇게 나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도, 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주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그치만 내가 또 그냥 놀 성격은 못되지..
이 후의 이야기들도 천천히 공유해보려고 한다. 나의 성장기! :)
미국에서 직장잡기, 자잘했던 인터뷰들과 제대로 했던 인터뷰. (12) | 2022.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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