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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출산일기/ 미국에서 출산하기

미국에서/엄마됨

by 달린다달린 2023. 5. 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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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023 (MON)

 

라떼가 태어나기로 한 날은 5월 13일. 

그래서 4월부터는 풀재택 하기로 하고 4월말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배가 무겁고 너무 힘들어서 정말정말 일하기 싫었지만 한달만 더 힘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4월의 첫째 월요일이 찾아왔고, 새벽 5시 20분, 쉬매려워서 화장실에 갔는데 팬티라이너가 투명한 핑크빛 물로 젖어있었다. 놀라서 남편을 깨우고 어쨌든 병원 진료가 있던 날이었으니 병원 문열자마자 가기로 했다. 

아직 34주 2일밖에 안됐을때라서 그냥 경부가 좀 짧아져서 출혈이 조금 있는거이길.. 생각했다.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제 병원 갈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따뜻한 물이 주르륵 하는 느낌. 곧장 화장실로 가서 앉았는데 쉬하려고 힘준것도 아닌데 따뜻한 물이 주르륵. '아, 이건 양수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 라떼 건강하게 태어나야하는데.. 아직 34주밖에 안됐는데 어쩌지..?' 이 생각뿐이었다.

 

오전 7시30분, 병원에 도착. 의사는 나에게 물었다. "양수인지 어떻게 알아?" 오줌일 수도 있잖아?"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새는 양이 너무 많아서 확신하며 대답했다. "양수확실해."

그리고 시작된 내진. 1cm 열렸고 양수 맞다며 본인이 더 당황하면서 출산병원에 전화해둘테니 바로 P.E.T. 실로 가라고..

바로 출산병원으로 가서 간단한 절차들을 밟고 간단한 검사들을 하고 기다렸다가 방 배정 받아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서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10AM), 폐성숙주사 스테로이드를 엉덩이에 맞고 (꽤 아픔, 12:22PM), IV Fluid (수액)랑 Antibiotic (항생제) 을 넣기 시작했다 (12:55PM). 링거 꽂는게 너무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Blood test까지!

그냥 수액 맞고 라떼 심박수 모니터 하면서 있는데 아무 통증도 없고, 수축도 없었다.

원래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내에 출산하는게 안전하다고 해서 유도분만을 하고 유도분만 실패하면 제왕절개를 한다. 그런데 이제 가이드가 바뀌어서 양수가 터져도 산모가 열없고, 아기 심박수가 괜찮으면 최대한 뱃속에 두고 지켜본다고... 그래서 일주일이라도 더 내 뱃속에 두고 싶었다. 

 

오후 4시쯤부터 약간 생리통처럼 배가 싸르르 아프기 시작했지만 별로 아프지 않아서 개의치 않았고, 병원에서도 내가 더 버틸 수 있을거라고 보고 더 편한 병실로 옮겨줬다. 오후 6시쯤, 생리통처럼 아팠던게 강도가 좀 더 쎄져서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더 아픈거라며 릴렉스하고 있으라고.. 그래서 나도 그런거길 바라며 긴장풀고 누워있었는데 이제 허리까지 아프기 시작...

그래서 의사가 내진을 했는데 아직 1cm...!! 진짜 아픈데 아직도 1cm 라니..

내가 아프다고 하니까 그럼 무통주사라도 맞겠냐 했지만 무통주사를 맞으면 진행이 더뎌진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참아보겠다고 했고, 의사는 어찌됐든 진행이 되는것 같으니까 Delivery & Labor room으로 옮기자고 해서 오후 8시쯤 방을 옮겼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오후 9시 54분, 무통주사를 맞았다. (어떤건지 이름을 모르겠음..)

이거는 맞으면 4시간 지속되고 맞으면 졸리다고 했는데 정말 주사를 맞자마자 (링거로 투여) 정신없이 잠에 취했다.

그렇게 1시간 30분정도 잤나? 어마어마한 통증에 다시 잠에서 깼고,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아서 참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주사를 또 놔다라고 했더니 똑같은걸 놔줄수가 없고 모르핀이나 에피듀럴을 놔줄 수 있다고...

나는 또 고민했다. 왜냐면 아랫배랑 허리만 너무 아픈데 사람들이 표현하길 '처음으로 겪어보는 고통' 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고통이 배 전체가 아파야 그쯤되는거라 생각해서 내가 또 너무 못참고 무통을 맞는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호사가 수축그래프를 보고 있으니 보통 다른사람들은 언제쯤 에피듀럴을 맞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은 안하고 오로지 그냥 너가 결정하는거라고만 반복했다. 고민하다가 도저히 참을 자신이 없어서 에피듀럴을 놔달라고 했고, 새벽 (4월 4일로 넘어감) 12시 15분, 에피듀럴을 맞았다. 

나는 이게 그냥 등에 주사 한 방 맞는건줄 알았는데 앉아서 등을 둥글게 말고 침쏘듯 여러방을 등이 놨다.

에피듀럴 맞는게 너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진통이 너무 아파서 무섭다는 생각보다 얼른 맞고 진통을 멈추고 싶었다. 

남편은 에피듀럴 맞는 나를 지켜보는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에피듀럴을 맞고 무통천국을 맛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천국은 내게 없었다.

의사가 새벽 12시30분에 내진을 했는데 통증이 다 느껴졌다. 의사도, 간호사도 이상하다고.... 아무튼 이 때 이미 6cm 열렸다고 했다. 하.. 내가 너무 참았다.. 난 내가 엄살일 줄 알았는데 너무 참았던 것.

에피듀럴 때문인지 배랑 허리통증은 좀 사라졌지만 수축이 강해져서 자궁이 수축할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파닥파닥 댔다.

수축이 점점 심해지는게 느껴지고 내가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드디어 응가할꺼 같은 느김과 함께 몸이 더 튀어 올랐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얘기했고, 새벽 1시 20분, 간호사가 10cm 열렸다고..!

간호사는 급하게 다른 간호사들, 의사, 니큐사람들을 불렀고 의사만 빼고 모두 왔다. 의사가 너무 안와서 다들 조마조마해 했고, 간호사가 푸쉬 연습을 하고 있자고 해서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벌써 애기 머리가 보인다고 연습하면 안된다고 기겁을 했다.ㅋㅋㅋㅋㅋ 

배가 자꾸 강하게 수축되고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데 의사가 아직 안왔으니 푸쉬하면 안된다고.. 저기요.. 그게 제 맘대로 되는게 아닌데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참 있다가 약간 짜증섞인 얼굴의 의사가 들어왔고 바로 푸쉬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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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2023 (TUE)

 

한 번 수축이 올 때 3번 푸쉬. 한 번 푸쉬할 때 팔꿈치를 밖으로 향하게 해서 허벅지를 몸쪽으로 최대한 당기고 배를 둥글게 말고 배꼽을 보면서 숨참고 10초동안 푸쉬!

운동을 했었기에 잘 할 자신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처음 세번에 라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와서 한 번 더 해야했는데 이거 길게 끌면 내가 지쳐서 못할거 같고 그러다가 제왕으로 갈까봐 무서워서 마음을 다 잡았다. '한 방에 끝내자!'

그렇게 두번째 수축때 또 3번 푸쉬를 했고, 3번째에 물컹, 따뜻한게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됐구나!' 했다. 그리고 그게 진짜로 라떼가 나온 거였다. 

 

[ 2023년 4월 4일 새벽 1시 51분, 우리아가 라떼 탄생]

 

아기가 나오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감격스러워서 울 것 같았다. 라떼의 심장소리를 듣고 예상치도 못한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 처럼. 라떼의 태동을 느끼고 울컥했던 것 처럼. 

그런데 기진맥진 한 상태에서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이러니까 눈물이고 뭐고 정신을 다잡느라 바빴다.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무서워서 못자르겠다더니 정신 없으니까 얼떨결에 두번이나 싹둑싹둑ㅋㅋㅋㅋ) 간호사가 라떼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너~무 작아서 만지가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사람들의 배려로 우리의 첫 가족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게 라떼는 니큐로 갔고, 남편은 내 옆에 남았다.

나는 아래에서 뭘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플때 또 한 번 물컹한게 나와서 '태반을 뺐구나' 싶었고, 너무 찌르는 따가운 고통이 있어서 '아, 이게 후처치구나.'했다. 후처치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소리를 질렀더니 그 부위에 따로 마취를 한 것 같았다. 에피듀럴이 나에겐 그닥 효과가 없었다. 아니, 오른쪽 다리만 제대로 마비된 걸 봐서는 뭔가 제대로 안된듯.

아무튼 그 때 소변줄도 다 빼고 처리가 다 된 것 같았다.

간호사가 기저귀(?)랑 아이스패드도 다 채워주고.... 마치 내가 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전쟁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새벽 2시 20분쯤 우리가족, 남편가족들에게 알리고 새벽 4시 30분에 라떼 보러 갈 수 있다고 해서 한 숨 잤다.

 

[Head: 31/ Weight: 2770(g) (5/12)/ Length: 48.5cm]

 

약 36-37주 크기라고 했다.

우리 라떼가 나 안힘들게 하려고 일찍 나왔나보다.

호흡이 약간 빠르고 저혈당이 있고 나머지는 다 괜찮다고 했다. 다행히 이 마저도 하루만에 잡혀서 수액도 일찍 뺄 수 있었다. 나중엔 황달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서 포토테라피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34주에 나온 애기치고 건강하게 나와주고 잘 먹고 잘 싸줘서 고마워 우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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