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집을 장만하려거나 이사할때말고는 집구경을 할일이 별로 없는데 사실 나의 기준에서는 쭈욱 아파트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집구경을 해도 사실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어딜가도 어느정도 비슷하고 예측가능한 구조들이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는 집구경을 해볼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었는데 차타고 돌아다녀보니 집앞에 리얼터들 얼굴이 붙어있는 팻말에 'Open House'라고 적혀있는 집들이 보였다. 그게 뭔가했더니 집구경을 할 수 있는 집이란 뜻이었다. 그러나 아무때나 되는건 아니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그 집을 둘러볼 수 있다.
어느날 남편이 집구경하러 가볼래? 했는데 내가 거절했다. 집에 관심많은 내가 거절을.. 왜냐면 사실 쫄았다.
집 안에가면 부동산 업자들이 있다는데 내가 아직 영어가 불편하다보니 이런저런 설명해줄게 뻔한데 못알아들을거 같고, 집을 알아보러 온 거면 아무래도 질문도 많을텐데 내가 질문도 못하고 있으면 내가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고 '뭐야~?' 라고 생각할 것 같고, 설령 남편이 그런 대화를 한다고 해도 병풍처럼 서있는 것도 괜히 남편까지 못난사람 만들거 같고 그래서 그냥 안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계속 앱으로만 집구경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용하는 앱인데 이 앱말고 Zillow라는 앱도 최근에 깔아봤다. 뭐 둘다 비슷비슷한데 난 첨부터 이걸 사용해서 그런지 아직까진 이게 더 정보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요 앱을 일단 보자면, 이렇게 앱을 켜면!
짜잔-! 뉴저지의 Warren 이라는 동네를 쳐봤다. 어느 특정 지역을 검색하면 집정보들이 쭈욱 나오고, 위의 사진에서 화살표 해둔곳을 누르면 필터들을 설정할 수가 있다. 보통은 필터를 잘 안하는데(그냥 집구경하려고), 주말이 다가올땐 오픈하우스를 가볼까해서(보통 일요일 1-4시 사이에 오픈하우스를 연다.) 필터에 Only Open House를 켜고 본다. 그리고 나는 지역을 잘 모르기때문에 필터위에 Map을 눌러서 동네를 한번씩 찍어본다. 그럼 집들이 나오고 집을 쭉 보면 대충 어떤 동네일지 감이 온다. Warren은 처음 들어본 동네인데 집들이 꽤 값이 나가고 정갈한게 좋은 동네 같아 보였다.
그래서 주말에 무작정 Warren이란 동네를 보러 가보자! 하고 그 쪽으로 갔다. 가다보니 내가 지나치면서 보고 '와 이런동네에 살고싶다~' 했던 Watchung이 Warren 바로 옆에 있었다. 딱 느낌이 왔다. Warren도 Watchung 같은 느낌일거같은... 우리는 일단 오픈하우스를 하는 집 한군데를 찍어서 가보았다.
이 곳이 처음으로 갔던 집인데, 내가 여태 오픈하우스를 4번 가봤는데 보통 한번가면 적어도 4개의 집을 보니까.. 본 집 통틀어서 최고로 맘에 들었다. 사진으로는 알기가 힘든데 지어진지 아~주 오래된 집도 아니고(1990년대, 보통 1920년대 집도 수두룩하다. 물론 renovation을 하긴 하지만.), 거실도 천정이 높게 확트여서 엄청 넓어보이고, 거실 창문도 길어서 해도 잘들고, 사방다 창문을 안가려도 될 정도로 프라이빗하다.(집과 집사이의 거리가 엄청 멀다.) 주방도 구조가 너무 잘 되어 있고, 지하도 깔끔하고, 마당도.. 다만 이 집의 단점은 방마다 화장실이 있어서 택스($20,000초과)가 너무 비싸다는거.. 집도 집인데 집의 위치가 너무 좋았다. 정말 살고 싶은 동네! 이 집을 보자마자 너무너무 이 집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뭐 집을 살것도 아니고, 택스가 너무...........
여긴 두번째 갔던 집인데 첫번째 간 집보단 저렴한 곳이다. 동네는 맘에 들었는데 집은 그닥.. 집 구조도 2층이 아니라 1.5층 같이 애매하게 되어있고(이럴거면 그냥 단층이 낫지..) 방들이 좁은 복도하나를 두고 옆에 다다닥 있어서 프라이빗도 안되고, 집도 좁아보이고, 무엇보다도 낡았다... 옷장들이랑 방 문 열때마다 끼이익 소리가... 그래서 후딱 보고 나오려는데 이 집 리얼터가 말이 어찌나 많은지.. 다 들어주느라 좀 고생했다.
여기는 세번째로 갔던 곳인데 이 집도 엄청 괜찮다. 첫번째 집보다 조금 저렴하고, 집 구조도 조금 덜 좋지만 꽤 좋은 컨디션의 집이었고 무엇보다 드레스룸과 부엌쪽에 (6, 7번째사진 참고) 통유리로 해놓은 공간에 나무만 볼 수 있고, 그 뒷마당이 완전 숲이라서 진짜 자연속에서 사는 느낌이 들 것 같은..? 그런 집이었다. 다만 집의 외부디자인이 내 스타일이 아니고, 동네는 좋은데 이 집이 골목의 끝에 있는 마지막 집이라 그게 좀 별로였다. 그래도 살 여건이 된다면 살 것 같다. 안돼서 못사지..
이 날 5군데의 집을 가봤는데 네번째 간 집은 리얼터가 주인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사진찍는게 허용이 안될거라고 해서 못찍고 다섯번째는 집도 맘에 안드는데 리얼터가 너무 정신사납게 해서 찍을 정신도 없었다. 네번째집은 뒷마당에 수영장이 엄-청 넓게 되어 있었는데 예전엔 수영장 있는집이 멋있어 보였지만 막상 살려고 생각해보니 관리가 더 힘들고 별로인거 같아서 이젠 수영장있는집은 약간 거른다. 수영장만 엄청 크고 집은 구조가 완전 별로여서 실용적이지 않은 집이었다.
이렇게 오픈하우스를 다니다보니 처음엔 말도 못하고 그랬는데 어느새 익숙해져서 내가 먼저 질문도 하고, 거를건 뭔지, 봐야할 건 뭔지도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집을 정말로 사야할때는 엄청나게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일단 미국집의 구조들도 좀 보고, 동네도 좀 보고 그러는 중이다. 좋은동네에 좋은집에 집사서 살아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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